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도 며칠 지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달리거나 무리한 목표를 세우면 숨이 차고 온몸에 통증이 생기면서 운동 자체가 부담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런 운동 초보자들 사이에서 걷듯이 편안하게 달리는 ‘슬로우 조깅’이 지속하기 쉬운 생활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슬로우 조깅은 기록을 단축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빨리 달리는 운동이 아니다. 걷기보다 조금 빠르고 일반적인 달리기보다 느린 속도로 몸을 움직이는 유산소운동이다. 옆 사람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을 유지하면서 짧고 가벼운 보폭으로 달리는 것이 핵심이다.
운동 초보자가 슬로우 조깅을 쉽게 느끼는 첫 번째 이유는 속도를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달리기는 일정한 속도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슬로우 조깅은 체력에 따라 걷기와 달리기를 자유롭게 섞을 수 있다. 힘들면 걸어도 되고 호흡이 안정되면 다시 천천히 달리면 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체중 관리를 위해 여러 차례 달리기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중단했다. 김 씨는 “처음부터 5㎞를 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가 무릎과 종아리가 아파 일주일도 이어가지 못했다”며 “슬로우 조깅은 3분 걷고 1분 달리는 방식으로 시작해 운동에 대한 두려움이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정도 지나면서 달리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었고 지금은 30분 동안 걷기와 조깅을 반복한다”며 “다른 사람에게 뒤처진다는 생각을 버리니 운동이 숙제가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는 작은 성공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에게 장거리 완주나 체중 감량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목표다. 반면 ‘오늘 10분 움직이기’, ‘어제보다 1분 더 달리기’처럼 작은 목표는 바로 실천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운동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고 중도 포기 가능성도 줄어든다.
세 번째 이유는 특별한 장소나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발에 잘 맞는 운동화와 편안한 옷만 있으면 집 주변 공원과 운동장, 하천 산책로에서 시작할 수 있다. 헬스장 운영시간이나 수업 일정에 맞출 필요도 없어 출근 전이나 점심시간, 퇴근 후 등 자신의 생활 리듬에 맞춰 실천할 수 있다.
한 생활체육 전문가는 “운동 초보자는 속도보다 운동을 마친 뒤의 몸 상태를 살펴야 한다”며 “운동 다음 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과 피로가 남는다면 강도가 지나쳤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금 아쉬운 상태에서 운동을 끝내야 다음 운동을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운동 강도는 이른바 ‘대화 테스트’로 확인할 수 있다. 호흡이 평소보다 빨라지더라도 짧은 문장을 말할 수 있다면 대체로 중간 수준의 강도로 볼 수 있다. 반면 몇 마디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찬다면 속도를 낮추거나 걷기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중강도 신체활동의 기준으로 ‘말은 할 수 있지만 노래하기는 어려운 정도’를 제시한다.
슬로우 조깅을 처음 시작한다면 5분 동안 천천히 걸으며 몸을 풀고 1분 조깅과 2∼3분 걷기를 반복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전체 운동시간은 15∼20분 정도로 시작하고, 몸이 적응하면 달리는 시간과 횟수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면 된다. 세계보건기구도 활동량이 부족한 성인에게 적은 양의 신체활동부터 시작해 빈도와 강도, 시간을 서서히 늘릴 것을 권고한다.
성인은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활동을 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초보자가 처음부터 이 기준을 모두 채울 필요는 없다. 하루 10분이라도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작은 활동이 쌓여 운동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권장 운동량에 가까워질 수 있다.
자세도 중요하다.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어깨와 팔에는 힘을 뺀다. 보폭을 지나치게 넓히지 말고 발을 몸의 중심 가까이에 부드럽게 내려놓아야 한다. 발소리가 크게 들린다면 착지 충격이 강하거나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운동 전후에는 가볍게 걷고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 좋다. 매일 억지로 달리기보다 운동 사이에 회복 시간을 두고,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하체와 몸통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하면 안정적인 자세 유지에 도움이 된다.
가슴 통증이나 심한 호흡곤란, 어지럼증, 불규칙한 두근거림, 지속적인 관절 통증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멈춰야 한다. 심혈관질환과 고혈압, 당뇨병, 관절질환으로 치료받는 사람은 운동 시작 전 의료진과 적절한 강도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미국심장협회도 만성질환이나 장애가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운동 종류와 운동량을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권고한다.
슬로우 조깅이 쉬운 진짜 이유는 힘들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걷고 달리며 실패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 초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기록이 아니라 내일도 운동화를 신을 수 있는 여유다. 천천히 시작해 꾸준히 이어가는 슬로우 조깅은 운동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현실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