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향수 브랜드 VILLA ERBATIUM(빌라 에르바티움)이 중심 개념인 '감정의 큐레이션(Emotional Curation)'을 프랑스 그라스 국제향수박물관의 '26 Icons of Asia' 전시에서 설치 작품으로 선보인다.
- 하민서 대표는 향수를 향 원료 분석과 조향이라는 과학적 기술 위에서 감정을 울리는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설치는 '쌀 막걸리(RICE MAKGEOLLI)' 향을 출발점으로 관람객이 시각·청각·미각·촉각을 차례로 거쳐 하나의 감정에 다다르도록 구성됐다.

빌라 에르바티움 ‘쌀 막걸리(RICE MAKGEOLLI)’. (사진제공=빌라 에르바티움)
VILLA ERBATIUM(빌라 에르바티움)이 브랜드의 중심 개념으로 내세워 온 ‘감정의 큐레이션(Emotional Curation)’이 프랑스 그라스 국제향수박물관(MIP)의 전시 공간으로 옮겨졌다.
매장 진열대 위 향수 한 병으로 설명되던 철학이 ‘26 Icons of Asia’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걸어 들어가 경험하는 설치 작품의 형태를 얻었다.
감정의 큐레이션은 향수를 좋은 냄새를 내는 제품으로만 보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하민서 대표는 “특정한 향을 맡았을 때 어떤 장면이 떠오르거나,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나거나, 감정이 달라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라며 향을 통해 사람에게 하나의 감정과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 이 개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소개자료에는 이 철학이 보다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향수는 감성을 자극하는 도구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향 원료 분석과 조향이라는 과학적 기술 위에서 ‘감정을 울리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향이라는 감정의 언어로 실험적인 예술을 선보이는 일이 다른 브랜드와 자신을 구별하는 요소라고도 밝히고 있다.
과학과 예술을 나란히 놓는 태도는 브랜드 메시지 ‘향수, 과학과 예술의 경계’로 이어진다.
하 대표는 향수를 만들려면 향료에 대한 이해와 조향 기술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어떤 이야기와 감정을 담을지에 대한 예술적 접근도 빠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향수가 과학과 예술 어느 한쪽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분야”라고 덧붙였다.
그라스 전시는 이 철학을 공간 단위로 풀어 보는 자리다.
브랜드는 ‘쌀 막걸리(RICE MAKGEOLLI)’의 향을 출발점으로 삼아 관람객이 시각과 청각, 미각, 촉각을 차례로 거치며 하나의 감정에 다다르도록 설치를 설계했다. 향이 불러낸 감정을 다른 감각이 이어받아 더 오래 붙잡아 두게 하려는 구상이다.
쌀 막걸리 향수가 겨냥한 감정은 분명하다. 쌀막걸리에 담긴 한국인의 깨끗하고 맑은 심성, 그리고 발효를 거쳐야만 완성되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막걸리의 흰빛에서 백의민족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 이미지에서 맑고 순수한 정서를 끌어낸 과정 자체가, 감정을 고르고 배열하는 큐레이션의 한 사례로 읽힌다.
이러한 접근은 VILLA ERBATIUM이 공간과 공연, 도시를 위한 향을 만들 때도 되풀이돼 왔다.
브랜드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과 서울클럽 등의 실내 조향을 맡았고, 뮤지컬과 영화, K-POP 협업에서도 이야기 속 감정을 향으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왔다. 향을 제품이 아니라 경험의 매개로 다루는 일관된 방식이다.
향수 캡의 디자인에도 같은 생각이 깔려 있다. 브랜드는 인간의 감정이 처음 시작된 상징인 선악과를 모티브로 무화과 형상의 캡을 만들었고, 캡을 여는 순간 사용자의 감정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붙였다. 향을 뿌리기 전 손에 닿는 부분부터 감정의 출발점으로 설계한 셈이다.
‘26 Icons of Asia’는 지난 9월 26일 개막해 약 6개월간 열린다. 감정의 큐레이션이라는 브랜드 철학과 RICE MAKGEOLLI를 비롯한 컬렉션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 www.villaerbatium.com에 정리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