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안철수
우리 교육은 오랫동안 정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을 중시해 왔다. 학생들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문제 유형을 익히고 풀이 방법을 반복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학습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문제 앞에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까지 성적이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교실에서 교사가 질문하면 학생들은 먼저 정답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자신의 의견이 틀릴까 봐 망설이기도 한다. 정답이 정해진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대답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설명해야 하는 질문에는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학생 개인의 능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어떤 답을 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지 배워 온 교육 경험과도 관련이 있다.
문제는 지식을 많이 아는 것과 스스로 사고하는 것이 서로 다른 능력이라는 점이다. 지식은 사고의 중요한 토대다. 그러나 배운 내용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고 기존의 설명을 의심하며 자신의 판단을 형성하려면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정답을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까지 저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질문을 주저하는 이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질문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드러내는 행위다. 틀린 답을 말했을 때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낮은 평가를 받을까 걱정하는 환경에서는 호기심보다 침묵을 선택하기 쉽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학생은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답을 확인하는 방식에 익숙해진다.
가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부모는 자녀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학습 계획을 세우고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찾아준다. 때로는 아이가 고민할 시간까지 줄여주려 한다. 당장의 성적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선택을 어른이 대신하는 환경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판단을 시험할 기회가 줄어든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누군가 정해준 길을 정확하게 따라가는 과정만으로 충분히 자라기 어렵다.
인공지능의 확산은 이러한 교육 방식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제 학생들은 복잡한 개념의 설명과 문제 풀이를 인공지능으로부터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정보에 접근하는 능력만으로는 인간의 역량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판단하고 제시된 답의 오류와 한계를 검토하며 자신의 생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먼저 학생이 답을 찾기 전에 질문을 만드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하나의 문제를 여러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자신의 판단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 설명하게 해야 한다. 다른 의견을 들었을 때 생각을 수정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은 교과 지식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 방식 역시 중요하다. 학생에게 사고력을 요구하면서 시험에서는 정해진 답을 얼마나 정확히 재현했는지만 평가한다면 수업의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결과의 정확성과 함께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 근거를 선택한 이유, 해결 방법의 타당성을 살피는 평가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교사에게도 이러한 수업과 평가를 준비할 시간과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
부모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아이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즉시 답을 알려주기보다 어디에서 막혔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선택을 앞두고 있다면 부모가 먼저 결론을 내리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이유를 설명하도록 기다릴 필요가 있다. 작은 실패를 경험하고 그 원인을 돌아보는 과정은 독립적인 판단력을 기르는 기회가 된다.
성적은 학생의 학습 성취를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사고력과 가능성을 모두 보여주지는 못한다. 학교가 길러야 할 능력에는 배운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문제를 이해하고 타인의 의견을 검토하며 자신의 판단에 책임지는 힘도 포함된다.
교육의 성과를 시험 점수로만 확인하는 사회에서는 학생이 얼마나 많은 답을 알고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제는 학생이 어떤 질문을 만들 수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학교를 졸업한 뒤 마주할 세상에는 정답이 미리 주어지지 않은 문제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