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아이에게 학교는 매일 돌아가야 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시간은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약 6개월간 따돌림을 경험한 박경진 변호사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그녀에게 그 시간은 자신의 뜻만으로 바꾸기 어려운 관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어른에게 짧게 보이는 시간도 아이에게는 삶의 큰 부분일 수 있다. 내일도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같은 교실에 앉아야 한다면 오늘의 괴로움은 내일까지 이어진다.
박경진 변호사의 「상처 이후, 다시 나의 삶으로」는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상처를 말할 때 먼저 필요한 것은 평가보다 이해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이 강연에서 그녀가 전하고 싶은 말은 분명한데,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내가 이상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심사가 다르고 생각의 속도나 표현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지금 속한 무리와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을 잘못된 사람이라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 다름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강점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지나치는 문제를 오래 바라보거나, 익숙한 답 밖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힘일 수도 있다.
더 멀리 바라보고 더 높이 도전할 가능성을 지금의 관계만으로 닫아버리지 말자는 것이다. 다만 남보다 뛰어나야만 존중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도 자신의 다름 때문에 위축된 이가 있을 수 있다. 박경진 변호사는 그런 사람에게 지금의 관계가 인생 전체의 결론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자 한다.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면 그 감정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혼자 견뎌야 하는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메시지다.
박경진 변호사는 이후 호주에서 15년간 유학 생활을 했는데, 미래에 대한 설렘이 있는 동시에 외로움과 경제적 부담도 함께 있었다.
익숙한 사람들과 떨어져 생활하며 자신의 시간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런 그녀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바로 노트북과 코딩이었다. 외로움과 싸우기 위해 시작한 코딩 실력은 어느새, 수백 개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역량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모든 미래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작동하지 않던 기능이 움직이고 머릿속 생각이 화면에 나타나는 경험이 쌓였다. 혼자 보내던 시간에 새로운 의미와 선택지가 더해진 것이다.
생활이 넉넉했던 것도 아니다. 월 식비 약 6만 5,000원으로 생활하던 시기에도 공부와 개발을 이어갔다. 강연에서는 이 경험을 어려움을 참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과 그 안에서 선택했던 일들을 돌아본다. 삶이 힘들다는 사실과 앞으로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함께 이야기한다.
IT 석사과정 중 창업에 도전한 그녀는 법학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호주 법학 학사과정을 하는 동안 많은 영어 에세이 과제에서 만점을 받았고, 2년 6개월 만에 로스쿨을 조기 졸업했다.
그리고 호주에 이어 뉴질랜드 변호사 자격을 갖췄다. 어린 시절 관계에서 상처받았던 아이가 두 나라의 법률을 공부한 변호사가 되기까지 여러 환경과 선택을 거쳐 온 시간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변호사 자격이 상처를 극복했음을 판정하는 기준은 아니다. 높은 성취를 해야만 과거의 아픔이 의미를 얻는 것도 아니다.
박경진 변호사의 이력은 당시의 관계와 평가가 한 사람의 미래 전체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례다. 타인이 자신에게 붙인 이름이 평생의 정체성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직접 개발한 강연 플랫폼 ‘이상한강연’을 통해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39일 동안 총 819시간을 투입해 기획과 개발을 수행했고, 2026년 중소벤처기업부 ‘모두의창업’ 프로젝트 2기 1라운드에 합격했다. 과거 이후에도 삶에는 배우고 시도하며 다른 사람과 연결될 장면들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연의 초점은 같은 성과를 따라 이루라는 데 있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공부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는 시간이 다음 걸음일 수 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황을 알리거나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는 일도 중요한 선택이다. 각자의 여건과 속도가 다르다는 전제에서 회복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학교폭력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직장 내 괴롭힘과 조직의 고립 문제로 확장된다. 학교와 직장은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관계 속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질문을 공유한다. 개인의 경험을 소개하는 부분과 조직이 살펴야 할 문제를 구분하면서 논의를 이어간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로만 설명하면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놓칠 수 있으므로, 반복되는 배제와 모욕,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분위기 등 주변 환경도 살펴야 한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더 강해지라고 요구하기 전에 주변이 무엇을 알아차리고 바꿀 수 있는지 질문하는 것이다.
학생과 교직원에게는 교실의 익숙한 장면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장난이라는 말로 다른 사람의 불편을 지워버리지는 않았는지, 혼자 있는 사람의 상황을 단정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적절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중요성도 다룬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리더와 동료의 역할을 함께 생각한다. 성과를 내는 사람도 관계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평소처럼 일한다고 해서 괜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성원이 어려움을 알릴 수 있는 환경과 비밀이 존중되는 절차,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되는 경로를 돌아보도록 구성한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코레일 자문위원이자 기업과 공공기관 프로젝트의 심사·평가위원으로 활동하는 박경진 변호사는 다양한 조직을 접하고 있다.
강연에서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조직의 책임을 살핀다. 생명존중의 메시지가 행사 당일의 공감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의 관계와 운영 방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관점이다.
「상처 이후, 다시 나의 삶으로」는 개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생명존중·자살예방 인식 강연이다.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 위기개입을 대신하는 프로그램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청중의 연령과 행사 목적을 고려하고, 참가자에게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공개하도록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제목의 ‘다시 나의 삶으로’는 과거를 모두 잊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을 아프게 한 경험만으로 삶을 설명하지 않으며 앞으로의 선택에 자신의 뜻을 조금씩 반영해 가는 의미다. 그 과정에는 개인의 시간뿐 아니라 주변의 이해와 실질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박경진 변호사가 전하려는 말은 자신을 타인의 평가 안에 가두지 말자는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을 부정할 필요도, 존중받기 위해 특별한 성공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지금의 상처가 미래의 모든 장면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상처 이후, 다시 나의 삶으로」는 그 가능성을 함께 바라보며 서로의 삶을 지키자는 초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