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삶과 정신을 담아온 전통춤이 동시대 작곡가들의 새로운 음악적 상상력을 만나 오늘의 무대에서 다시 태어난다.
동서악회는 오는 11월 7일 오후 3시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불멸의 춤 X 불멸의 음악(DANCE & MUSIC: THE IMMORTAL PAIR)'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동서악회가 추진하는 '우리 가락, 세계路 가다!'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공연예술창작주체 사업에 선정된 3개년 기획의 두 번째 무대로, 한국 전통예술의 고유한 가치를 바탕으로 동시대 창작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국제무대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공연예술 레퍼토리를 개발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연은 학춤, 승무, 살풀이춤, 처용무, 태평무 등 전통춤에 담긴 움직임과 상징, 정신적 의미를 현대적인 음악 언어로 재해석한다. 절제된 움직임과 호흡, 역동적인 에너지에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다채로운 음향을 결합하고, 전통 성악과 현대무용, 미디어아트까지 더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무대를 펼친다. 전통춤을 단순히 보존·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작곡가와 무용가들이 전통예술에서 발견한 미학을 자신만의 창작 언어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학춤에서 처용무까지…전통의 움직임을 새 음악으로
전반부는 국악앙상블 반주와 함께하는 전통 학춤으로 문을 연다. 학의 우아한 움직임을 형상화한 학춤은 이후 이어지는 창작 작품들과 예술적으로 연결되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
이어 작곡가 김위연의 '처용무'가 무대에 오른다. 오랜 역사와 독특한 상징 체계를 지닌 대표적 전통춤인 처용무를 현대 창작음악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며, 전통의 정신과 동시대 음악 표현이 만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곡가 김수혜의 '일무 一舞'는 전통춤의 움직임과 음악의 관계를 탐색한다. 춤의 동작과 음악적 흐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몸짓과 소리가 하나의 표현으로 연결되는 무대다. 전반부의 마지막은 작곡가 박윤경의 '학나래'가 장식한다. 학을 연상시키는 제목처럼 전통춤의 우아한 이미지와 현대적 음악 상상력이 만나, 움직임과 선율이 빚어내는 새로운 감각을 전한다.
라오스 카엔과 한국 정가의 만남…국경을 넘는 음악
후반부는 작곡가 김은혜의 '봄의 파반 II'로 시작된다. 라오스의 전통 관악기 카엔(Khaen)과 한국 전통 성악 정가가 만나 독특한 음향적 조화를 만든다. 서로 다른 지역 전통음악의 호흡과 음색, 선율이 한 작품 안에서 어우러지며, 전통음악이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창작의 재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가락, 세계路 가다!'가 지향하는 방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어 작곡가 최영아의 '푸리'가 무대에 오른다. 깊은 정서와 정신성을 담은 살풀이춤을 바탕으로, 살풀이 특유의 호흡과 움직임을 현대 창작음악의 언어로 새롭게 풀어낸다. 응축된 감정을 풀어내는 움직임의 흐름이 음악과 만나며 전통예술의 내면적 깊이와 현대적 표현의 가능성을 함께 조명한다.
태평성대의 꿈을 오늘의 무대로…대편성 국악앙상블·현대무용 피날레
공연의 마지막은 동서악회 회장인 작곡가 이복남의 '나랏일이 태평하매_성대의 꿈'이 장식한다. 태평무가 지닌 평화와 번영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대편성 국악앙상블과 현대무용이 결합한 무대를 선보인다. 태평성대의 염원을 현대적인 음악과 움직임으로 재해석하며, 과거의 이상이 오늘날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되새긴다. 풍성한 앙상블 음향과 현대무용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어우러진 장대한 피날레가 될 전망이다.
"국제무대에도 선보일 것"
이복남 회장은 이번 공연에 대해 "과거의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이 시대의 감각으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치열한 도전"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완성도 높은 레퍼토리로 정착시켜 향후 해외 페스티벌 등 국제무대에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3개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개별 공연의 성과를 넘어 지속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창작 작품을 발굴하고, 전통예술과 현대음악의 협업 모델을 확장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입장권은 전석 2만 원이며 학생은 50% 할인된다. 예매는 NOL티켓과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을 통해 할 수 있다.
한편 동서악회는 우리 전통음악을 배우고자 모인 작곡가들과 전문 국악인들이 주축이 돼 2009년 발족한 음악단체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다)'을 기치로 작곡가들이 국악 연주자들에게 우리 악기와 소리를 배우고, 매년 공연 주제에 관한 연구를 병행하며 독창적이고 진정성 있는 작품을 배출해 왔다. 2011년 시작한 '우리가락 Project'는 대표 시리즈로, 대중에게 친숙하지는 않지만 예술성을 지니고 학술적 연구가 필요한 전통음악을 발굴해 공연예술 콘텐츠로 제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