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코코루네일 (원장 방혜리) |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간판을 앞세워 존재를 알리기보다 자신만의 감각을 알아보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
네일숍 코코루네일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방혜리 원장은 손톱 위에 유행하는 디자인을 재현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낡고 거칠다고 여길 질감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또 누군가는 과하다고 느낄 장식에서 유쾌한 매력을 찾아낸다. 그에게 디자인은 정답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펼쳐 보이는 일이다.
코코루네일의 분위기도 이런 시선에서 출발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미감보다 취향이 묻어나는 디테일과 편안한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곳은 손톱을 예쁘게 꾸미는 곳인 동시에, 자신의 취향을 알아봐 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한 달에 한 번쯤 마음을 내려놓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방 원장이 만들어 온 것은 네일 디자인만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믿고 선택하는 태도,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하는 마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방식까지.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코코루네일이 작지만 선명한 색깔을 갖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 사진 = 코코루네일 |
정해진 길보다, 내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방혜리 원장은 전북 정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자란 그는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을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미용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공부하며 대학에도 진학했다. 각종 대회에 출전해 수상하고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반복되는 과정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조금씩 어긋난다고 느꼈다.
결국 대학을 그만두고 친구들과 서울로 올라와 미용 현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은 기술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조직 안에서 관계를 맺고 선배 디자이너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잠시 일을 쉬며 고민하던 때, 손재주가 좋은 그에게 지인이 네일아트를 권했다.
돌이켜보면 그 제안은 단순한 직업의 전환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정해 놓은 방식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사람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일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 ▲ 사진 = 코코루네일 |
“남들이 예쁘다고 하는 것보다, 제가 예쁘다고 느끼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 네일숍에서 일할 때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시장에서 잘 받아들여지는 스타일을 익혀야 했다. 유행을 읽고 원하는 모양을 정확히 구현하는 일은 필요한 기본기였다.
하지만 같은 유형의 디자인을 반복하면서 방 원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색과 질감, 장식을 마음껏 시도해 보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
그렇게 시작한 첫 작업 공간은 약 2평 남짓한 작은 곳이었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추기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분명히 보여 주자 그 감각을 반기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후 이태원에서 작업과 운영을 이어 갔고, 지금의 녹사평역 인근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방 원장은 자신이 어떤 디자인을 만들고 어떤 고객과 만나고 싶은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됐다. 그에게 독립은 단지 가게를 여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아름다움을 직접 선택하는 일이었다.
![]() ▲ 사진 = 코코루네일 |
누군가는 지나치는 흔적에서, 나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방 원장의 디자인에는 흔히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기준에서 조금 비껴난 감각이 있다. 콘크리트의 거친 표면과 녹슨 철의 흔적, 누렇게 변색된 듯한 색감이나 때가 묻은 것 같은 질감도 그가 즐겨 표현하는 요소다. 깨끗하고 반듯한 이미지가 익숙한 네일 디자인에서 이런 선택은 때로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반면 장난스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도 즐긴다. 일본 감성이 느껴지는 귀여운 디자인이나 큼직한 스톤 장식처럼 존재감이 강한 디테일도 그의 취향이다. 거칠고 투박한 분위기와 과감하고 귀여운 표현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방 원장에게는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의 일부다.
그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반드시 새롭고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는 지나칠 만한 흔적이나 오래된 표면에서도 고유한 매력을 발견한다.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 주류의 기준에서 벗어난 것에 마음이 가는 시선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감수성과도 맞닿아 있다.
그에게 디자인은 단순히 손톱을 장식하는 기술이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장면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드러내는 방식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표현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마음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사실도 코코루네일을 운영하며 경험했다.
![]() ▲ 사진 = 코코루네일 |
“네일만 받고 가는 곳이 아니라, 편하게 쉬어 가는 곳이면 좋겠어요”
방 원장이 매장을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과의 소통이다. 좋아하는 색과 싫어하는 표현, 평소 즐겨 입는 옷과 마음에 드는 분위기를 이야기하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디자인이 달라지기도 한다. 서로의 취향이 만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순간도 그가 네일아트를 즐기는 이유다.
그는 매달 한 번쯤 찾아와 손톱을 정리하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곳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친한 언니나 친구를 만나러 오는 것처럼 편안한 공간을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생각은 매장 분위기에도 반영됐다. 지나치게 하얗고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보다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고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방 원장은 바닥과 벽을 직접 손보며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친구들도 힘을 보탰다. 그렇게 완성된 공간은 그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실제로 구현한 결과물이 됐다.
그에게 좋은 네일숍은 손톱을 예쁘게 만드는 곳인 동시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기술과 디자인이 기본이라면,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것은 편안함과 관계의 온기라는 생각이다.
![]() ▲ 사진 = 코코루네일 |
간판 없이도 찾아오는 사람들, 취향이 길을 만들다
코코루네일은 간판을 내걸거나 여러 예약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알리지 않는다. 대중적인 검색 채널보다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작업을 보여 주고, 그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흐름을 만들어 왔다.
누구에게나 쉽게 발견되는 가게를 만들기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그 취향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데 무게를 둔다. 실제로 디자인을 보고 먼 곳에서 찾아오는 고객들도 있다. 음료와 선물을 건네는 마음을 마주할 때면 고마움과 함께 더 좋은 작업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예약이 빠르게 차는 날도 있지만, 방 원장이 생각하는 성장의 기준은 매장의 규모나 방문객 수에만 있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과 관계를 쌓고, 그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작업을 이어 가는 것. 코코루네일이 지켜 가려는 방향은 분명하다.
▲ 사진 = 코코루네일 |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질 수 있더라고요”
방 원장이 지금도 특별하게 기억하는 장면은 이태원에서 매장을 운영하던 시절의 일이다. 당시 가게 주변은 재개발을 앞두고 있었고, 매장을 정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때 주변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외국인 이웃들이 찾아왔다. 평소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인사 정도만 나누던 사이였지만, 늦은 밤 매장을 철거하고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방 원장은 고마운 마음에 이후 메시지를 보냈다. 이웃들은 자신들이 좋은 이웃이었고, 방 원장이 늘 밝게 웃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었다는 취지의 답장을 전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와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짧은 인사만 나누던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고 힘든 순간에 먼저 다가와 줬다는 사실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말이 충분히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질 수 있고, 가까운 사이가 아니어도 서로에게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방 원장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을 마음에 두고 있다. 한 번의 만남이 단순한 거래로 끝나기보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는 인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고객과의 관계에도 이어진다.
![]() ▲ 사진 = 코코루네일 |
“네일에만 머물고 싶지는 않아요”
방 원장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감각을 네일아트에만 한정하고 싶지는 않다. 헤어와 패션, 메이크업 등 다른 영역에서도 취향을 보여 줄 수 있다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코로 아카이브’라는 이름에는 자신의 취향과 시선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확장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단순히 매장을 키우거나 직원을 늘리는 방식보다 자신이 가진 감각을 여러 분야에서 보여 주는 쪽에 마음이 가깝다.
아직 구체적인 확장 계획이나 시기를 정해 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작업을 이어 가면서 무엇을 더 표현할 수 있을지 천천히 찾아가는 단계다. 거창한 목표를 먼저 세우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음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다는 것이다.
취향은 완성된 결과라기보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자라나는 과정에 가깝다. 방 원장은 그 가능성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열어 가려 한다.
![]() ▲ 사진 = 코코루네일 |
작은 마음이라도, 할 수 있는 만큼 오래 나누고 싶어요
방 원장은 매달 작은 금액을 자동으로 기부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 명에 도달했을 때에는 친구와 함께 은평구 응암동의 작은 보육시설에 쌀과 간식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 더 많이 나누고 싶었지만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아쉬움도 남았다. 언젠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지금보다 많은 도움을 건네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보호가 종료된 뒤 사회로 나오는 청년들에게도 관심을 두고 있다. 관련 기관이나 주변에서 연결해 준다면 네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일도 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가진 기술과 시간을 활용해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을 전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큰 성공을 이룬 뒤에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나누고, 여유가 생기면 조금 더 보태는 것. 방 원장은 자신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크기의 나눔을 이어 가고 싶어 한다.
![]() ▲ 사진 = 코코루네일 |
현장의 변화에 맞춰, 네일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네일 산업에 대한 방 원장의 생각에는 현장에서 일해 온 사람으로서의 고민도 담겨 있다. 그는 네일 국가자격시험이 실제 살롱에서 활용되는 기술과 조금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본기를 익히는 일은 중요하지만, 시험에서 다루는 일부 방식이 현재의 현장 흐름과 거리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일반 매니큐어를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젤 네일을 중심으로 변화한 실제 시술 환경 사이의 간극을 짚으며, 기본기를 유지하되 현장의 변화를 교육과 평가 과정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교육과 실무가 긴밀하게 연결될수록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현장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고객에게 전하는 조언 역시 자신의 취향을 이해하는 일로 이어진다. 어떤 색과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미리 알아두면 아티스트와 소통하기 쉽고, 보다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 네일아트가 한 달에 한 번 누리는 작은 즐거움인 만큼, 자신의 취향과 비용을 함께 고려해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 ▲ 사진 = 코코루네일 |
“모두에게 사랑받기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방 원장은 거창한 계획보다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오래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거나 누구에게나 통하는 스타일을 만들기보다 자신의 취향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고, 그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작업을 이어 가고 싶다는 것이다.
간판을 크게 내걸고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을 알리는 대신, 자신의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찾아올 수 있도록 디자인을 쌓아 왔다. 멀리서 찾아오는 고객들이 건네는 마음은 그가 혼자 만든 결과라기보다 서로의 취향이 만나 쌓아 올린 관계의 일부다.
자신만의 색깔을 지킨다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취향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을 잃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좋아하는 방향을 기억하는 일이다. 방 원장은 그 균형을 찾아가며 코코루네일이라는 작은 세계를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 ▲ 사진 = 코코루네일 |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선이, 더 많은 인연으로 이어지기를
방혜리 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코코루네일의 디자인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거친 질감과 장난스러운 장식, 정형화되지 않은 색의 조합에는 남들이 지나치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감각을 알아보는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 가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가 만든 공간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한다. 손끝을 꾸미는 일이 방문의 이유라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쉬어 갈 수 있다는 감각은 다시 이곳을 찾게 만드는 힘이다. 재개발을 앞둔 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도움을 건넨 이웃들의 기억은 방 원장이 사람과의 인연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보여 준다.
모든 사람에게 맞는 아름다움은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낯설고 거칠게 느껴지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오래 바라보고 싶은 매력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강요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취향을 존중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일일 것이다.
코코루네일은 지금도 그 과정을 이어 가고 있다. 자신의 감각을 차곡차곡 쌓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며, 여유가 생길 때 주변에 마음을 나누는 삶을 꿈꾼다. 작지만 분명한 취향 하나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방 원장은 자신의 방식으로 보여 주고 있다.
앞으로 코코루네일이 어떤 디자인을 선보이고 코코로 아카이브가 어떤 영역으로 확장될지는 아직 열려 있다. 다만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믿고 그 감각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과 오래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는 한, 방 원장의 세계는 더욱 다채롭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코코루네일의 네일 디자인과 방혜리 원장의 작업, 브랜드의 새로운 소식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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